인생은 각자의 자기 십자가를 짊어지고 나아가는 거라고 한다. 참 맞는 말이다. 누구에게나 각자의 사연도 각자의 고됨도 영광도 있으니 말이다.
MBTI의 '이성'형인 T도 눈물이 콸콸콸 난다는 책을 추천받았다. <자기 앞의 생>이라는 책이었는데 나는 '감성'형인간이라 “이건 무조건 눈물각이겠구먼. 허허. “ 하면서 읽었는데, 결론부터 말하자면 전혀 울지 않고 책을 덮었다.
다만 주인공을 오래 생각했고, 종종 마음이 아팠다. 어릴때부터 인생에 대해 생각할 때 인생은 고행인가?라는 고민을 많이 했다. 행복은 짧고, 힘듦은 기니까. 이전에 읽었던 책, <김형석의 인생문답>의 저자인 김형석 교수님은 값진 행복을 얻기 위한, 아름다운 풍경을 위해 산을 오르는 건 기꺼이 할 만한 것이라고 했다.
인생의 고행, 힘듦은 아름다운 인생을 위해 몸부림칠만 한 것이고, 결국 그 몸부림의 결과로 찬란하고 눈부신 인생을 얻는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런건 어떨까. 이야기의 주인공은 창녀의 아들이다. 하지만 그는 엄마의 얼굴을 알지 못한다. 어린 나이에 창녀의 아이를 양육비를 받고 길러주는 로자 아줌마에게 맡겨졌고, 이후 평생을 그곳에서 자랐다.
기댈 수 있는 건 자기를 길러준 아줌마뿐이고, 주변에 사람들도 모두 소외받는 계층의 사람들이다. 아이는 이미 자기 앞의 생이 찬란하지도, 아름답지도 않다. 왜인지 앞으로도 그럴 것 같지 않다. 아직 14살 밖에 되지 않았는데도 말이다.
이 책은 주인공 모모가 우리에게 말하는 방식으로 쓰였는데 나는 책을 읽다가 몇 번 덮었다. 이 책은 일반 소설책 같은 구원이 없다. 누군가 모모를 구해주지도 않는다. 급격한 행복도 없고, 기적도 없다. 그냥 잔잔하게 흘러갈 뿐이다. 그렇기에 드라마틱한 기승전결 또한 없다.
모모는 아직 어리지만 삶을 힘들게 살고 있으며 로자 아줌마는 점점 더 쇠약해지고 있다. 아이가 감당하기엔 힘든 일들이 그에게 계속 다가온다. 그럼에도 모모는 로자 아줌마 곁을 지키며, 그를 위해 아등바등한다. 책은 오랫동안 그런 모모의 모습을 보여준다. 소외되고 외면받고 있는 아이를.
생은 아무에게나 주어지지 않는다.
슬픈 이야기로 펑펑 울고 싶다면, 이 책이 적합하지 않은 것 같다. 가슴 저릿하게 슬퍼지고 싶다면 이 책은 강추다. 이 세상이 얼마나 슬픈 아이들이 많은 지 알려주는 책이니까.
주인공 모모의 말처럼 생은 누구에게나 주어지지 않는다. 아름답고 찬란한 생 말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우리 모두에게 주어진 생안에는 분명 보석이 숨어있을 거라고 믿고 싶다.
참고로 이책의 저자는 가명으로 이 책을 발표했는데 이미 <자기 앞의 생>을 쓰기 전에 문학상을 받을 정도로 작품성을 인정받은 작가였다. 미친 천재성의 작품을 읽고 싶다면 추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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