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 있는 책 목록을 보면, 그 당시의 고민이나 생각을 알 수 있다고 하는데 난 요즘 인생에 대한 고민이 많은가 보다. 아니면 인생에 스승이 필요해서 절실히 찾고 있는 걸지도. 내가 책을 고르는 방법은 되게 간단하다. 읽고 있는 책에서 소스를 얻는 게 대부분이다. <김형석의 인생문답>또한 이전에 읽었던 책중에 나오는 내용이 있어서 메모해두었다가 이번에 읽어보았다.
저자의 특이한 이력이라고 해야 할까? 아니 엄청난 이력이라고 해야 할 것 같다. 저자는 대학 교수를 역임했고, 정년 후엔 전국적으로 강의까지 다니는 엄청난 인사이트를 가진 지혜로운 분이신데 그 보다 더 대단한 이력은, 20년 생이라는 거다. 물론 1920년. 김소월과 같은 반이었고 전쟁을 겪었으며 지금은 100세를 가뿐이 넘기셨다는 것이다. 100세를 넘긴 분의 지혜를 들어볼 수 있다니. 엄청난 메리트라고 생각했다.
이 책은 100명의 질문을 추려 31개로 만들었고, 그 질문을 김형석 교수님이 파트별로 대답해주는 형식으로 기록되어 있다. 구어체라 직접 말해주는 것과 같은 느낌이 들어 좋았다. 내 할아버지가 조언해 주는 것 같기도 하고, 인생의 깊은 진리를 아는 스승이 말해주는 것 같기도 해서 쉽고 오묘했다.
책을 읽으면서 우리 외할머니가 생각났다. 나의 외할머니는 91세이신데, 최근에 엄마를 통해 결혼을 하지 않고 있는 나에 대해 "결혼하고 싶지 않아 한다면 그냥 두라." 라는 말을 전했다고 들었다. 나는 비혼주의는 아니지만 꼭 결혼해야 한다는 생각도 없어서 아직 미혼인 상태인데 이런 나를 보고 주변인들은 말이 많다. 나를 보고 결혼은 꼭 해야 한다는 사람도 있고, 하지 않아도 된다는 사람도 있다. 결혼에 대해 의견이 분분하다. 젊은 사람도 의견이 다 다른 문제인데 90세가 넘으신 외할머니는 살아보니 꼭 결혼하지 않아도 된다는 결론을 내셨다니 의외였다. 더 옛날 분이라 더 보수적일 줄 알았더니 '하고 싶은 것, 원하는 것을 하며 살면 그걸로 됐다.'라는 결론이시라니.
물론 책의 저자이신 김형석교수님은 결혼은 하는게 좋겠다는 결론이셨다. 사랑이라는 것은 뜨거운 애정만 있는 것이 아니고 결국 그 뜨거운 시간을 지나 단단해지며 그 사람에 대한 믿음으로, 결국에는 인류애로 바뀌는 것이기 때문에 한 사람을 평생 사랑하는 것도 좋다고 하셨다. 교수님의 말씀이나, 외할머니의 말씀이나 두 분의 말씀 다 옳고, 지당하다.
교수님의 책 중에 평소 내가 궁금해 하던 질문이 있었다. "운명이 존재한다고 생각하시나요?"라는 질문이었는데 교수님의 대답이 내 머리를 띵하게 만들어서 여기에다 나누어보고 싶다. 교수님은 "운명은 성격이다."라고 말씀하셨다. 타고난 성격, 인격은 바꾸기가 어렵다고 하시면서 그 성격이 자신의 운명을 결정하게 한다고.
운명에 대해서 다들 한번쯤은 고민해 보지 않았을까. 나도 어려운 순간마다, 이게 내 운명인가? 이렇게 될 수밖에 없었을까? 생각할 때가 있었다. 운명이라고 생각한다면 너무 분하고 슬프고, 그게 아니라고 한다면 이해하기 힘든 일들이 일어날 때마다 아리송했다. 과연 운명은 있는 것인가.
내 오랜 궁금증을 교수님이 한마디로 정의했다. "운명은 성격"이라는 내용을 보자마자 대답 자체가 정말 지혜롭다는 생각을 했다. 성격, 인격은 내 행동을 결정하고 결국엔 그 행동이 나를 어떠한 환경과 상황으로 이끌고 간다. 고로 그게 운명이 되는 격이다.

<김형석의 인생문답>은 보편적인 진리에 대해서도 이야기 하지만, 우리가 잊고 살아가는 진리에 대해서도 말한다. 마치 할아버지가 말해주는 내용같이 말이다. 어린 나를 무릎에 앉혀두고 착하게 살아라. 진실하게 살아라. 손해 보더라도 남을 미워하지 말고, 경쟁하지 말아라.라고 이야기 해준다. 지금 내가 살아가고 있는 세상은 무한 경쟁에 돈을 좇으라고 말하는데 100살이 넘은 지혜자는 그 반대, 그 너머를 말한다.
진실하고, 착하게. 그래서 시시하기도 했다. 하지만 마음 한켠으로는 안심이 되기도 했다. 보편적인 진리가 참 진리라고 말해주는 것 같아서 말이다. 그래서 참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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