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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후감

07. 인생의 스승이 필요하다면, 이어령의 마지막수업_김지수,이어령

이 책은 미쳤다!!! 읽다가 울컥하거나, 또는 천천히 곱씹게 만드는 묘하고 깊이 있는 매력에 책장이 넘어가는 것이 아쉬울 정도였다. 게다가 글이 마치 이어령선생님이 직접 옆에서 말해주는 듯한 느낌의 문체라서 생생해서 더욱 좋은 책이었다.
이 책의 제일 처음은 <스승>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한다. 스승이라. 첫 장을 읽으면서 문득 떠오르는 에피소드가 있었다.
 
 
예전에 다니던 이상했던 교회에서 친하게 지내던 목사님이 있었다. 여러 방면에서 다양한 주제로 깊이있는 대화가 가능했던 사람이어서 나는 그 목사님은 절친이라고 불렀다. 친구라고 하기엔 나이차이가 너무 많이 나긴 했지만, 친구와 나이는 무관하다고 생각했기에 목사님을 '인생의 친구'라고 했었다. 그분 또한 유쾌하게 친구로 받아주었다.
 
때때로 인생에 대한 이야기, 신앙에 대한 이야기, 또는 개인사등 다양하게 이야기를 나누었다. 또래 친구들처럼 자주 만나진 않았지만 종종 안부를 나누고, 종종 식사를 했다. 만나면 편안했고, 늘 감사했다. 아주 순진하게도 이런 관계가 계속 될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어느 순간, 내 마음이 변했다. 그 목사님에 대한 마음이 아니라, 이상했던 교회에 대한 생각이 변하기 시작했다.
 
"이상한"이라고 표현하는 그 교회는 한 사람을 굉장히 의지하는 집단이었는데, 그 집단 안에서는 그 사람을 '선생님'이라고 불렀다. 인생을 가르쳐 준다는 뜻으로. 메시아라는 뜻으로. 일반 사람들이 봤을 땐 사이비였을 것이다. 다만 내가 그 교회를 다닐 때는 스스로 사이비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다음에 자세히 글을 쓸 일이 있다면, 한번 글을 풀어볼 예정이다.
 
내 마음이 바뀌기 시작한 것은 그 '선생님'이라는 사람을 우연한 기회로 직접 가까이 만나기 시작하면서부터였다. 이런 사람이 인생의 스승이라고? 그는 인생의 스승이 아니었다. 그 집단 안에서 그는 누구나 가까이서 배우고 싶어 하는 사람이었지만 실제로 가까이 옆에서 지켜본 바로는 그는 전혀 배울 것이 없는 사람이었다. 모든 것이 그냥 말 뿐인 사람. 포장이 잘되어있는 사람. 많이 실망했고 그의 옆에서 1년 6개월을 혼란스러워 했다.
 
생각하고 또 생각한 후에 그 곳을 떠나기로 결정했고 나의 절친에게 마지막 인사를 하기 위해 그를 만났다. '목사님, 저는 이제 더 이상은 이 종교에 남아있지 않을 것 같아요. 전 떠나기로 결정했어요." 어렵게 말을 꺼낸 내게 목사님은  "인생을 살 때 누구나 스승이 필요하지 않을까? 누구에게나 길을 알려주는 스승이 있으면 좋은 거지." 그의 말 뜻을 이해했다. 지금 네가 실망해서 그가 메시아로 믿어지지 않는다면 스승으로라도 그를 믿고 따르는 것은 어떻겠냐는 의미였다.
 
아니. 그는 스승이 아니었고, 스승이라고 믿었던 것은 허상이었으니까. 그는 내게 스승도, 메시아도 못되었다. 나는 웃으며 "아니요. 그는 아니예요." 라고 대답했고, 이후 목사님을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다. 우리는 하나의 신념이 집단이 된 곳에서 만났기 때문에 신념이 바뀌면 더 이상 만나기가 어려워졌다. 생각이 달라지니 같은 나라에 살아도 수백광년 떨어진 위치에서 사는 것처럼 한 번도 마주치지 못하고 다른 세계에서 살아간다.
 
 
인생에 스승은 필요하다. 삶을 살아갈때 누구나 닥치는 어려움이 있고, 그 어려움을 이길 힘을 누군가에게 받을 수 있다면, 조언을 얻을 수 있다면, 결정이 조금은 쉽지 않을까. 휘몰아치는 감정을 주체하지 못할 때 스승이 나를 초연하게 만들어 줄 수 있다면, 또는 길을 잃고 방황할 때 정확한 위치를 알려 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나는 맹목적이고 단순한 마음으로 누군가를 스승을 삼지 않기로 했다. 
 

 
 
<이어령의 마지막 수업>에서 이어령선생님은 예전의 빅뱅을 이야기 하면서 우리 모두 빛의 파편으로 살고 있다고 했다. 빛에서 태어난 사람들. 책을 읽으면서 나는 결정했다. 책을 스승으로 삼기로 했다. 당분간 내게 스승은 책이다. 어쩌면 시간이 지나 음악이, 미술이 내 스승이 될 수도 있겠지만 한동안 나의 스승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