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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후감

05.한번의 젊음을 어찌할 것인가? 역사의 쓸모_최태성

미루고 미루고 또 미루다가 결국 쓰는 독후감. 이 책은 너무 술술 읽히면서 소름 돋는 부분이 많았지만 글로 쓰려니 고민에 생각에 계속 미루고 미루다가 일요일 새벽 노트북 앞에 앉았다. 읽을 때는 정말 신나게 읽었는데 어렵다. 글을 써야 한다고 생각해서 그런가.

 

 

요즘 책을 읽으면서 생각하는건 정말 감사하다는 것이다. 극심한 불면증이 시작된 시점이 5년 전쯤이었는데, 내 인생에 정말 큰 소용돌이가 치는 일이 생겼었다. 충격을 말로 할 수가 없었다. 독한 수면제를 두 알씩 먹어도 5분도 깊이 잠들 수가 없었다. 가만히 있어도 눈물이 났고, 울기도 정말 많이 울었다. 인생에 큰 파도가 쳐서 내가 타고 있는 배가 뒤집어진 기분이었다. 어떤 사람들은 삶에서 일어나는 고난은 누구든 겪을 수 있는 일이라고 했고, 또 어떤 사람들은 어떻게 그런 일을 겪냐고 했다. 하지만 그 누구에도 진짜 내게 일어난 일을 자세히 말하지 못했다. 자세히 말할 수가 없었다. 말하면 내가 없어질 것만 같아서 말을 꺼낼 수가 없었다.

 

상담을 할 수도 없었고, 친구에게도 꺼낼 수가 없었다. 그렇게 상처가 곪고, 또 곪아가고 있었다. 너무 충격을 받았었는지 그때 글을 읽을 수가 없게 되었다. 긴 글은 읽혀지지가 않았다. 뭐라고 설명해야 할까. 긴 글을 읽을 만큼의 집중력이 없었다고 표현해야 할까. 짧은 문자의 텍스트들은 읽을 수가 있었지만 긴 문단, 책들은 단어들이 내 머릿속에서 전혀 모이지가 않아서 읽을 수가 없게 되었다. 웹툰을 볼 정도의 집중력도 내게는 없었다. 한동안은 나는 책을 읽을 수 없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 그때 우울증을 앓았던 것이 아닐까 하고 추측하고 있다.

 

그렇게 한 동안 나는 긴 책도, 뉴스도, 간단한 웹툰도 집중하지 못한채로 살았다. 그러다 어느 순간, 내가 모르는 사이 점점 사회 뉴스를 읽으면서 분노하고 긴 글을 읽으면서 울고 웃기 시작했다. 어느 순간이었다. 서서히 좋아지고 있었고 지금은 무리 없이 책을 읽고 글도 쓴다. 그때를 돌아보면 지금이 너무 감사하다. 책을 읽으면서 무언가 느낄 수 있고 함께 전율할 수 있으며 이마를 탁 치는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니 얼마나 감사한가. 모든 것을 잃은 것 같은 때는 그 시간이 마치 영원한 것 같은 느낌이었다. 다시는 일어나 웃는 일이 기약이 없는 일 같았는데 나는 자연스럽게 일상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그래서 감사하고 또 감사했다. 서서히 잊는 것도 신이 인간에게 준 축복중에 하나가 아닐까 생각한다.

 

 

 

진실로 너희들에게 바라노니,
항상 심기를 화평하게 가져
중요한 자리에 있는 사람들과 다름없이 하라.
하늘의 이치는 돌고 도는 것이라서, 
한번 쓰러졌다 하여 결코 일어나지 못하는 것이 아니다.
정약용
<역사의 쓸모>

 

역사의 쓸모에 보면 정약용의 사연이 나온다. 정약용은 정조의 총애를 받았지만 정약용의 종교를 이유 삼아 탄핵을 주장하던 사람들로 인해 귀양살이를 하게 된다. 정조의 부름을 기다리던 정약용은 정조의 죽음과 형의 사위가 역모에 동참한 사건으로 인해 결국 끝끝내 조정으로 돌아가지 못했다. 하지만 정약용은 이에 무너지지 않고 500여 권의 책을 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삶이 상황으로, 여건으로 나를 막고, 내 인생이 내가 원하지 않던 방향으로 흘러갔을 때 나는 어찌 할 것인가. 무너져있을 것인가. 생각을 돌아보게 만드는 부분이었다.

 

물론 나는 정약용과 같이 총명하지도, 의연하지도 않았지만 나 또한 내 삶에 힘든 고비를 넘기면서 스스로 대견한 부분이 있다. 여러 상황과 사건에도 불구하고 더 나빠지지 않고 지금 건강히, 스스로 잘 치유해 나가고 있는 것. 스스로 잘해주고 있음에 고맙고 감사하다.

 

내가 점점 더 좋아지고, 나아지면 내게 <역사의 쓸모> 에서 독립운동을 하던 이화영이 30대 나이에 스스로 자신에게 물었던 것처럼, 나도 내게 묻고 싶다. '한 번의 젊음을 어찌할 것인가.  그는 일생을 통해 그 질문에 대한 답을 했다고 한다. 조국을 사랑하여 조국을 위해 인생을 바치는 것, 그것이 그의 대답이었다. 나 또한 어떻게 살든, 어떠한 선택을 하든 아쉽지 않게, 아깝지 않게, 그리고 스스로 당당하게 이 시간들을 보내고 싶다. 물론 여유 있을 때도 많지만. 부끄럽지 않은 매 순간의 선택을 하며 살고 싶다.

 

한번의 젊음, 나 또한 인생으로 답할 수 있기를 기도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