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인생에 철학이 필요한 순간이 있다고 해서 추천받은 책이 바로 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였다. 음, 나름대로 철학에 대해서 흥미가 있다고 생각했었는데 이 책을 읽고 깨달았다. 맞다. 철학은 나와 맞지 않다.
이 책은 저자가 기차를 타고 그가 소개하고 싶은 철학가들이 지낸 곳들을 다니며, 철학가와 그들의 사상에 대해서 이야기해 주는 내용이다. 책에서 나오는 철학가는 총 14명, 이름을 처음 들어본 철학가도 있고 익숙한 사람들도 있었다. 익숙한 사람들의 글은 조금 쉽게 읽혔지만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의 글은 거북이처럼 읽혔다.
너무 더운 날씨로 인해 몸이 축축 쳐져서인지, 아니면 정말 이런 책이 나와는 맞지 않는 것인지는 확실치 않지만 읽는데 꽤 고생했다. 책을 읽으면서 하품을 얼마나 했던지 아마 모르는 사람이 봤으면 잠이 부족한가 싶을 정도로 연달아 하품을 하며 봤다. 다양한 곳에서 베스트셀러로 뽑혔던 책이고, 많은 사람들이 극찬한 책이었지만 안타깝게도 내겐 두꺼운 책일 뿐이었다. 조금 더 단순한 내용이 나와 맞는가 보다.
니체에 흥미가 생긴 후 그의 책을 찾아보며 철학을 만만히 본 나는 일주일간 이 책과 씨름하면서 혼쭐이 났다. 도중에 그만 읽을까 고민도 했지만, 그건 내 스스로에게 용납할 수 없다! 끝까지 읽었고 기억에 남는 내용이 많지 않지만 이 책에서 뜬금없는 큰 위로를 얻은 것이 있다. 이상한 포인트에서 위로를 받았다고 할까? 들으면 어이구! 할 수도 있지만 내겐 꽤 마음이 따뜻해지는 위로였다.
이 책에 소개되는 철학가들은 '정상범주'에 있지 않다. 무엇이 정상이냐고 묻는다면, 꽤나 철학적인 질문인데 나는 단순하게 <잘먹고, 잘 자고, 잘 곳이 있는 사람>이 정상범주에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는데 이 책에 그런 사람은 나오지 않는다. 대게 결핍을 가진 사람들이 나온다. 괴짜 거나, 불면증이 있다거나, 소화장애를 가지고 있거나, 강박 또는 약간의 정신적인 결핍, 그리고 결벽증이 있다. 그 결과로 예술에 너무나 집중하거나, 한없이 걷기도 한다. 또, 젊은 나이에 교수가 되었음에도 안정적인 자리를 박차고 나오거나, 친구가 없다거나 하는 "평범"하지 않은 일생을 보낸다.
내게 위로의 포인트는 이것이다. 그들이 조금은 모나고, 독특한 구석이 있는 것. 그래서 잠을 잘 못 자고, 인생 전체가 고통이라고 할 만큼 괴로워했지만 그 고통이 힘이 되어서 스스로와 싸웠으며 우리가 생각하지 못한 어떤 세계를 밝혀주었다는 것이다. 실은 우리 모두가 평범하고, 정상범주에 있는 척하지만 모난 구석이 있고 놀랄 정도로 집착하는 것이 있으며 결핍이 있기 때문에 그들이 인생에게 던지는 말은 우리에게 힘이 되고, 위안이 된다.
어쩌면 1년, 또는 3년뒤에 읽으면 괜찮을 지도 모르겠다. 사람 보는 눈이 달라지듯 책 보는 눈도 달라질 테니 말이다. 우리는 올해는 안 맞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서 보면 또 맞을지도. 굿 나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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