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은 하루아침에 다 읽었는데 글을 쓰는 데까지는 일주일이 걸렸다. 이렇게 글 쓰는 게 쉽지 않을 줄이야. 오늘도 떠밀리듯 노트북 앞에 앉아 글을 쓰고 있다. <심판>이라는 책은 내가 처음 책 읽기를 시작한 저번 달부터 읽고 싶어서 여러 번 도전했던 책이었다. 나는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 읽는데 이 책은 빌리려고 할 때마다 늘 없어서 5수 끝에 드디어 성공했다. 책을 빌려 온 날 얼마나 재미있길래?! 하면서 읽기 시작했는데 한 시간 반 만에 다 읽어버렸다.
나는 한국 사람 이름도 헷갈려 하는 편인데, 이 책의 주인공은 외국인들이라 처음엔 너무나 헷갈렸지만 읽다 보니 책 속에 나오는 인물은 4명뿐인 희극이라 나중엔 헷갈일 일도 없었다. 작가는 정말 천재인가 보다. 어떻게 이런 상상을 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기상천외했다. 나는 오래 교회를 다녔었고, 천국과 지옥, 사후세계, 영생을 믿는다. 그런데도 작가가 이런 식으로 주인공의 죽음과 환생을 풀어나갈 줄은 생각도 하지 못했다.
간단한 줄거리
주인공은 폐암으로 죽은 후 사후세계에서 심판대에 서게 된다. 죽음 앞에서 어안이 벙벙한 주인공 앞에는 그가 이번 생에 최선을 다해 살았다는 것을 주장하는 그의 변호사, 주인공이 삶에 온전한 노력을 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검사, 그 둘의 주장을 듣고 '환생의 벌'을 고민하는 판사가 있다.
주인공은 세상 사람들이 보기에는 판사로서 성공한 삶을 살았는데, 하늘나라에선 성공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는 진정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하지 않고 그다지 사랑하지 않는 사람과 결혼생활을 이어갔고, 연기라는 타고난 재능이 있었음에도 판사라는 길을 선택하며 인생의 시간을 썼다.
결국 하늘나라의 법으로는 그는 제대로 살지 못했다는 것이 결론이었고, 환생의 벌을 받게 된다.
내가 정말 흥미롭게 생각하는 부분은 판결 다음 부분이다. 주인공인 아나톨 피숑은 환생을 판결받고, 다시 이 생에서 어떻게 살지 결정하게 되는데 신기하게도 부모도 태어날 나라도, 어떤 환경에서 자랄지, 어떤 직업을 가질지도 그가 모두 결정하고 태어날 준비를 한다. 책 속에서의 <삶>이란 행복하게 사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인생 자체의 고결한 것을 찾아 떠나는 시간이라 주인공은 좋은 부모, 좋은 나라에서 태어나길 선택하지 않는다.
앞으로 다시는 태어나지 않을, 내면의 아름다움을 만들 수 있는 곳에서 태어나길 원한다. 그의 선택은 결국 어떻게 되었을까. 다른 생을 살게될 것인가, 아니면 또 다른 길을 걷게 될 것인가. 모두 다 글로 써버리면 정말 큰 스포가 될 것임으로 여기서 간단히 끝맺음을 할까 한다.
간단하면서도 깊은 울림이 있는 책을 원한다면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정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을 수 있는 쉬운 책이면서도 지금 내 삶에 대해서 생각하게 된다. 마치 작가는 지금 내 삶이 네가 네 영혼을 아름답게 만들기 위해서 선택한 삶이며, 이 삶의 여정을 통해서 너는 분명 더욱 깊어진 영혼을 가지게 될 것이라고 말하는 듯하다.
이는 니체의 운명애적인 관점 아모르파티와도 비슷한 것 같다. 네 운명을, 네 삶을 사랑하라.
'독후감' 카테고리의 다른 글
12. 오늘도 나는, 영성에서 지성으로_이어령 (125) | 2023.08.24 |
---|---|
11. 사랑이라는 이름의 가스라이팅, 팡쓰치의 첫사랑 낙원_린이한 (82) | 2023.08.20 |
09.인생에 철학이 필요하다면, 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_에릭 와이너 (86) | 2023.08.09 |
08.나는 지금, 쓰고 싶다 쓰고 싶지 않다_전고운외 (22) | 2023.08.08 |
07. 인생의 스승이 필요하다면, 이어령의 마지막수업_김지수,이어령 (5) | 2023.08.07 |